정치인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 정치인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2026. 11. 1. 00:28·A. 인간과 존재/5. 관계와 타자

정치인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 정치인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정치인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계속 그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상당히 깊은 심리적·사회적 문제가 들어 있다.

처음에는 정치인을 지지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지지가 자신의 정체성, 과거의 선택, 도덕적 판단,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결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단순히 정치적 의견을 바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구였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무엇을 믿고 살아왔는지까지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단적 소속감과 정체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진: Gavin,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시드니 하버 브리지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사진 2. 2025년 시드니 하버 브리지에서 열린 인도주의 행진에 참여한 시민들. 정치적 신념과 집단적 소속감은 시민의 행동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사진: Aimee,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스코틀랜드 의회 토론장

사진 3. 스코틀랜드 의회 토론장. 민주주의는 정치인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를 만드는 체제가 아니라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을 필요로 한다. 사진: Dave Morris, Wikimedia Commons, CC BY 2.0.

결국 일부 유권자는 정치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인을 선택했던 자기 자신을 지키려고 한다.

다만 모든 지속적인 지지를 자기기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대안이 없다는 판단, 정책적 이해관계, 상대 진영에 대한 우려, 정치적 현실주의도 작용한다.

1. 첫 번째: 자신이 과거에 내렸던 선택을 지키려 한다

가장 중요한 심리적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다.

어떤 사람이 정치인을 오랫동안 지지했다고 가정해 보자.

선거 때 그 정치인을 선택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지지를 권했으며, 인터넷에서 그 정치인을 옹호했고, 반대하는 사람들과 논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그 정치인이 자신이 믿었던 원칙을 배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 인정해야 하는 것은 정치인의 잘못만이 아니다.

나는 사람을 잘못 판단했을 수 있다.

내가 옹호했던 주장이 틀렸을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비판했던 근거가 부당했을 수 있다.

내가 믿었던 정치적 신념이 현실과 달랐을 수 있다.

이것은 상당히 불편한 경험이다.

그래서 사람은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자신의 과거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그래도 그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상대편이 집권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 정도 문제는 어느 정치인에게나 있다.

지금 비판하면 내가 그동안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러한 생각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당시의 선택이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과거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다는 사실과 현재의 정치인을 계속 지지해야 한다는 결론은 별개의 문제다.

과거의 판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현재의 잘못까지 정당화하기 시작하면 자기정당화는 자기기만으로 변한다.

2. 두 번째: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지키려 한다

정치적 지지는 단순한 정책 선택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정치적 집단에 속하는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나는 보수적 질서를 지키는 사람이다.

나는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사람이다.

나는 기득권에 저항하는 사람이다.

나는 특정 정치세력과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정치인과 강하게 결합하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당성까지 흔들린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정체성 이론(Social Identity Theory)으로 설명한다.

헨리 타지펠(Henri Tajfel)과 존 터너(John Turne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을 통해 자아의 일부를 형성하며, 집단 간 비교를 통해 자신의 집단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이 정치에 적용되면 다음과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기 진영 정치인의 잘못은 개인의 실수로 축소한다.

상대 진영 정치인의 비슷한 잘못은 그 집단 전체의 본질적 문제로 확대한다.

결국 판단 기준이 행동의 옳고 그름에서 누가 그 행동을 했는가로 이동한다.

이때 정치적 정체성은 진실을 판단하는 기준을 대신하게 된다.

3. 세 번째: 상대 진영이 집권하는 것을 막으려 한다

이것은 자기기만과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선택에는 상대적인 판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떤 유권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상대 정치인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계산이다.

현재 정치인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상대편의 정책은 더 위험하다.

이 정치인의 잘못은 비판해야 하지만 정권 교체가 가져올 결과도 고려해야 한다.

완벽한 후보가 없으니 그나마 덜 나쁜 선택을 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철학에서 말하는 차악의 선택과 연결된다.

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유권자가 이상적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적 이해관계, 경제적 안정, 외교·안보, 복지, 사회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험이 있다.

차악의 선택이 반복되면 정치인은 지지층이 자신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학습할 수 있다.

자신이 아무리 잘못해도 상대편이 더 나쁘다는 논리로 지지층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정치인은 책임을 지는 대신 상대 진영의 위협을 강조하게 된다.

차악의 선택은 민주주의에서 불가피할 수 있지만, 차악이라는 이유로 무제한적인 면죄부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4. 네 번째: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감정을 잃고 싶지 않다

이것은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와 연결된다.

경제학에서 매몰비용은 이미 지출했고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의미한다.

사람은 과거에 많은 것을 투자했다는 이유로 현재의 선택을 계속 유지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정치적 지지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한다.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했던 시간, 감정, 인간관계, 사회적 평판이 모두 투자처럼 느껴진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선거운동에 참여했다.

정치 집회에 참석했다.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가족이나 친구와 정치적 갈등을 겪었다.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그 정치인과 동일시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판단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과거에 투자했던 모든 것이 헛된 일이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투자한 시간과 감정은 앞으로의 선택을 결정하는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과거에 얼마나 열렬히 지지했는지가 아니라 지금 그 정치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5. 다섯 번째: 자신이 믿었던 세계관이 무너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치인은 종종 하나의 세계관을 대표한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은 그 정치인을 통해 다음과 같은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특정 세력의 책임이다.

국가의 문제는 특정한 개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특정 정치세력이 역사적으로 정의로운 편에 서 있다.

우리 집단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인의 행동이 이 세계관과 충돌하면 심각한 인지적 불편함이 발생한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다.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는 1957년 저서 《인지부조화 이론》에서 인간이 서로 충돌하는 인지와 신념을 동시에 가질 때 심리적 긴장을 경험하고, 이를 줄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상황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정의로운 정치인을 지지한다.

그 정치인이 부당한 행동을 했다.

두 사실을 동시에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한쪽을 수정하려 한다.

이때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대신 잘못의 의미를 축소할 수 있다.

그 정도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다.

언론이 과장하고 있다.

큰 목적을 위해서는 작은 희생이 필요하다.

이러한 설명이 반복되면 자신의 신념과 현실 사이의 충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신념에 맞게 재해석하게 된다.

6. 여섯 번째: 정치적 소속감을 잃고 싶지 않다

정치적 지지는 인간관계와도 연결된다.

어떤 사람에게 정치적 지지집단은 단순한 정치적 조직이 아니다. 그곳에는 친구가 있고, 대화 상대가 있고, 공동의 기억이 있으며, 자신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정치적 지지를 철회하면 이 관계들까지 잃을 수 있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족 대부분이 같은 정치인을 지지한다.

친구와 동료가 같은 정치적 집단에 속해 있다.

정치적 활동이 자신의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치적 이탈자를 배신자로 취급하는 문화가 있다.

이런 경우 사람은 자신의 판단보다 집단의 분위기를 우선할 수 있다.

솔로몬 애시(Solomon Asch)의 동조 실험은 사람들이 명백한 판단 상황에서도 집단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정치적 지지에서도 집단의 압력은 사실 판단과 의견 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소속감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포기할 때 발생한다.

7. 일곱 번째: 자신이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다

이 부분은 조금 더 불편한 질문이다.

정치인이 국민을 속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유권자는 자신이 단순한 피해자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신도 그 정치인의 잘못을 옹호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비판받을 때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상대 진영의 음모라고 주장했을 수 있다.

측근의 잘못이 드러났을 때 증거를 살펴보지 않고 무조건 방어했을 수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불리한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였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정치적 배신으로 취급했을 수 있다.

이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면 나중에 진실을 인정할 때 자신의 책임도 돌아보아야 한다.

물론 정치인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에게 정치인의 책임까지 떠넘겨서는 안 된다. 기만한 사람과 기만당한 사람의 책임은 다르다.

하지만 자신이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거나 다른 사람의 비판을 억압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성찰이 필요하다.

정치적 배신을 인정하는 일은 때로 자신이 그 배신을 방어했던 과거까지 돌아보는 일이다.

8. 여덟 번째: 정치인에 대한 비판을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정치적 인물과 자신의 정체성이 지나치게 결합하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자기 자신에 대한 모욕처럼 느껴질 수 있다.

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정치인의 잘못을 지적한 사람에게 근거를 요구하기보다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을 먼저 따진다.

비판의 내용보다 비판자의 의도를 공격한다.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을 배신자로 규정한다.

자기 진영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을 내부의 적으로 취급한다.

이것은 비판의 대상을 정치인에서 비판자로 바꾸는 현상이다.

논쟁의 중심이 무엇이 잘못되었는가에서 누가 우리 편인가로 이동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정치적 진실이 집단의 충성도에 종속된다.

9. 아홉 번째: 정치적 희망을 잃고 싶지 않다

여기에는 조금 다른 심리가 있다.

모든 지속적인 지지가 자기기만이나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지지했던 정치인에게 여전히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그 정치인이 잘못했지만 과거의 개혁 성과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정치적 실수를 인정하고 개선할 가능성을 기다릴 수도 있다.

정치적 희망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자산이다.

문제는 희망과 맹목적 기대를 구분하지 못할 때다.

정치적 희망은 잘못을 지적하고 수정을 요구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

반대로 어떤 정치인이든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 의무로 변한다면 그것은 희망이 아니라 충성심의 강요가 된다.

10. 열 번째: 정치적 책임을 정치인에게만 맡기고 싶어 한다

정치적 배신을 경험한 사람은 정치인을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정치적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했으니 나는 잘못이 없다.

이 말에는 일부 진실이 있다. 기만의 직접적인 책임은 거짓말을 한 정치인에게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시민의 지속적인 판단과 감시를 필요로 한다.

유권자가 선거 때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에게 모든 판단을 맡긴다면 정치적 책임의 구조가 약해진다.

정치인은 자신을 감시하지 않는 시민보다 자신을 무조건 지지하는 시민을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도 아니고, 모든 정치인을 똑같이 불신하는 태도도 아니다.

정치인을 지지하면서도 비판할 수 있는 독립적인 판단 능력이다.

11. 이 열 가지 심리를 하나의 구조로 정리하면

정치적 배신을 알게 된 뒤에도 지지를 유지하는 심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과거의 선택: 자기정당화, 과거 판단의 합리화.

정치적 정체성: 사회정체성, 자기 진영 방어.

정치적 목표: 차악의 선택, 상대 진영에 대한 공포.

감정적 투자: 매몰비용 오류, 지지 철회 거부.

세계관: 인지부조화 감소, 불편한 사실의 축소.

소속감: 집단 동조, 집단 의견에 순응.

도덕적 자아상: 책임 회피, 자신의 과거 행동 외면.

자기존중감: 자아 방어, 비판자 공격.

정치적 희망: 미래 기대,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뢰.

정치적 안정: 판단의 외주화, 정치인에게 책임 위임.

이러한 심리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자신의 과거 선택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정체성을 방어하고, 정치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며, 그 결과 자신의 정치적 판단을 더욱 확신하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12. 가장 위험한 단계: 정치적 충성심이 진실보다 우선할 때

정치적 지지가 위험해지는 지점은 정치인이 잘못했을 때가 아니다.

정치인이 잘못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잘못을 옳다고 주장하기 시작할 때다.

이 단계에서는 정치적 충성심이 도덕적 판단을 대체한다.

우리 편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

상대편이 더 나쁘기 때문에 이 정도 잘못은 괜찮다.

지금 비판하면 우리 진영 전체가 무너진다.

정치적 목적이 옳다면 수단은 어느 정도 정당화될 수 있다.

이러한 논리가 반복되면 정치인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진다. 지지자들이 스스로 방어막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대신 지지자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도록 만든다.

이때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하나가 무너진다.

정치인은 시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존재이지, 시민의 판단 기준을 독점하는 존재가 아니다.

13. 정치인의 배신보다 더 심각한 것은 유권자의 자기기만이 제도화되는 것이다

한 정치인이 국민을 속이는 것은 분명히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그 정치인의 거짓말을 지지자들이 반복해서 정당화하고, 정치적 조직과 언론이 이를 확산하며, 결국 사회 전체가 사실을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문제는 개인의 기만을 넘어선다.

이것은 정치적 자기기만의 사회적 제도화다.

정치인의 거짓말에서 시작하여 지지자의 자기정당화, 진영의 집단적 방어, 불리한 정보의 배제, 비판자의 적대 세력화, 정치적 충성심의 강화로 이어진다.

그 결과 정치인의 책임은 약화되고 새로운 기만이 반복된다.

정치인은 지지자들의 충성심을 이용하고,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과거 선택을 보호하기 위해 정치인을 방어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적 선동과 인지전의 관점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정치적 기만은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실을 스스로 거부하도록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 그렇다면 정치적 배신을 깨달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치적 배신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모두 부정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판단을 갱신하는 능력을 회복하는 일이다.

첫째, 과거의 선택과 현재의 판단을 분리해야 한다.

과거에 그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사실이 오늘도 지지해야 할 의무를 만들지는 않는다.

둘째, 정치인의 잘못을 진영과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

자기편의 잘못도 상대편의 잘못과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셋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는 것은 지적 능력의 실패가 아니라 판단 능력의 작동이다.

넷째, 정치적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한 정치인을 비판한다고 해서 반드시 반대편 정치인을 지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당파적 판단과 독립적인 시민의 위치도 가능하다.

다섯째, 정치인에게 설명과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사과를 요구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정책 수정, 피해 회복, 제도 개선, 책임자 문책까지 살펴야 한다.

15. 다섯 가지 결론: 사람들은 정치인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키는가?

첫째. 과거의 자기 자신을 지킨다.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불편하다. 그래서 정치인의 잘못을 축소하고 자신의 과거 선택을 정당화한다.

둘째.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지킨다.

정치적 지지가 집단적 소속감과 결합하면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자신에 대한 공격처럼 느껴진다.

셋째. 자신이 믿었던 세계관을 지킨다.

정치인의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이 믿었던 정의와 도덕의 체계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현실을 바꾸기보다 현실에 대한 해석을 바꾸기도 한다.

넷째.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감정을 지킨다.

오랫동안 지지했던 정치인을 부정하는 것은 과거의 감정과 관계를 다시 평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자신의 정치적 희망을 지킨다.

정치적 희망은 소중하지만, 희망이 정치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면죄부로 바뀌면 민주주의를 훼손한다.

어떤 정치인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은 때로 그 정치인이 옳기 때문에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치인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이 잃게 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지지한다.

그러나 이 명제는 모든 정치적 지지에 적용되는 보편적 법칙은 아니다. 정치적 선택에는 실제 정책적 판단과 현실적인 대안 비교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치적 배신과 자기기만을 분석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할 심리적 구조다.

16. 더 깊이 탐구할 질문

1. 정치적 자기기만의 계보: 인간은 언제부터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사실보다 우선하기 시작했는가?

2. 정치적 충성심과 도덕성: 충성심은 언제 도덕적 가치가 되고, 언제 도덕적 판단을 파괴하는가?

3. 집단적 자기기만: 한 사회는 어떻게 집단적으로 거짓을 믿게 되는가?

4. 정치적 나르시시즘: 정치인은 왜 자신의 잘못을 국가와 국민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하는가?

5. 인지전과 유권자: 정치세력은 어떻게 유권자가 자신의 과거 선택을 방어하도록 만드는가?

6. 민주주의의 심리적 기반: 자신의 정치적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 있는 능력은 왜 민주주의의 핵심 역량인가?

7. 정치적 배신 이후의 회복: 정치인을 다시 믿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 능력을 회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는 정치인을 잘못 선택한 사람을 비난해야 하는가, 아니면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야 하는가?

저는 후자가 더 근본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자기기만은 개인의 심리에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강화하거나 약화시키는 것은 사회의 정보환경, 정치문화, 언론, 정당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실수하지 않는 시민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판단을 수정하며, 권력자에게 다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민으로 유지된다.

17. 참고자료

Henri Tajfel & John Turner, An Integrative Theory of Intergroup Conflict (1979). 사회정체성 이론.

연구 원문 및 자료

Leon Festinger, 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 (1957). 인지부조화 이론.

출판사 자료

Solomon Asch, Studies of Independence and Conformity (1956). 집단 동조 연구.

연구 논문

Elliot Aronson, The Social Animal. 자기정당화와 사회심리학.

출판사 자료

사진 1. Gavin, People at rally,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사진 원본 및 이용 조건

사진 2. Aimee, Sydney Harbour Bridge protest crowd,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사진 원본 및 이용 조건

사진 3. Dave Morris, Parliament debating chamber, Wikimedia Commons, CC BY 2.0.

사진 원본 및 이용 조건

핵심 키워드: 정치적 자기기만, 자기정당화, 인지부조화, 사회정체성, 집단 동조, 매몰비용 오류, 정치적 충성심, 진영 논리, 도덕적 면죄부, 차악의 선택, 정치적 책임의 외주화, 인지전, 시민의 자기성찰, 민주주의의 회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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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샘
정치인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 정치인을 계속 지지하는 사람은 무엇을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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