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그리고 저녁』 — 삶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인간은 무엇을 남기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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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간과 존재/3. 죽음과 유한성
『아침 그리고 저녁』 — 삶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인간은 무엇을 남기는가사진 1. 『아침 그리고 저녁』 표지두 개의 원형 이미지가 겹쳐 있다. 하나는 인간의 얼굴과 몸을, 다른 하나는 바다와 마을을 연상시킨다. 이 소설이 개인의 삶과 세계, 인간과 자연, 탄생과 죽음을 하나의 연속된 흐름으로 묶는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지다.사진 2. 욘 포세욘 포세는 20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작품이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한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들었다. 이 표현은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는 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된다.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1. 먼저 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검증됨]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Morgon og kveld)은 2000년..
제14장. 느림을 낭만화하지 않기― Slow Movement의 가능성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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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질문과 사유/7. 비판적 사고와 판단
제14장. 느림을 낭만화하지 않기― Slow Movement의 가능성과 한계제13장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느릴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경제적 자원일 수 있다.돈이 있으면 시간을 살 수 있다.가사노동을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고,더 빠른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휴식을 위해 일을 중단할 수도 있고,실패한 뒤 다시 시작할 시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그러므로 여기서 이상한 역설이 발생한다.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느림’조차 계급화될 수 있다.누군가는 느리게 먹을 수 있다.누군가는 천천히 여행할 수 있다.누군가는 명상할 수 있다.누군가는 일을 그만두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그러나 다른 누군가는느릴 여유 자체가 없다.그렇다면 우리가 주장해 온 ‘느림’은 정말 해방적인 것인가?아니면 중산층 이..
제13장. 느림의 정치경제학― 계급·빈곤·노동·시간 불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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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회와 권력/14. 자본·경제·노동
제13장. 느림의 정치경제학― 계급·빈곤·노동·시간 불평등제12장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시간의 민주주의는 하나의 정상적인 시간표를 모든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회다.그런데 여기에서 곧바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자기 시간표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다면 어떻게 되는가?누군가는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동안 공부할 수 있다.누군가는 하루만 일을 쉬어도 월세를 걱정해야 한다.누군가는 아이가 아프면 일을 미룰 수 있다.누군가는 아이가 아파도 출근해야 한다.누군가는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누군가는 한 번의 실패가 생존의 위기가 된다.그렇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사람마다 속도가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이제 질문은 훨씬 냉정해진다.누가 느릴 수 있는가?누가 기다릴 ..
제12장. 정상적인 삶의 시간표를 해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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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회와 권력/12. 정치권력과 국가
제12장. 정상적인 삶의 시간표를 해체하다― 페미니즘·퀴어 시간·시간규범성제11장에서 우리는 돌봄의 시간을 살펴보았다.돌봄은 느릴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이 있었다.누군가의 돌봄 시간이 길어지는 동안, 그 사람 자신의 삶의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그리고 그 부담은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불균등하게 배분되어 왔다.그렇다면 질문은 한 단계 더 깊어져야 한다.도대체 누가 ‘정상적인 삶의 시간표’를 만든 것인가?학교를 졸업하고,취업하고,연애하고,결혼하고,아이를 낳고,집을 마련하고,승진하고,은퇴하고,노년을 맞는다.우리는 이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이것은 자연법칙이 아니다.하나의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시간표다.그리고 제12장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시간은 단순히 삶이 흘러가는 ..
제11장. 돌봄은 왜 느릴 수밖에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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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간과 존재/5. 관계와 타자
제11장. 돌봄은 왜 느릴 수밖에 없는가― 여성·가족·돌봄 노동과 시간제10장에서 우리는 아이에게도 자기 시간이 있는가를 물었다.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면 곧바로 다음 질문에 도달한다.그 아이의 시간을 기다려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아이가 밥을 천천히 먹을 때 기다리는 사람,아이가 아플 때 일정을 바꾸는 사람,노인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 들어주는 사람,환자가 회복될 때까지 곁을 지키는 사람,가족의 필요를 미리 알아차리고 움직이는 사람.이 모든 사람의 시간에는 공통점이 있다.다른 사람의 시간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느린 인간’의 문제가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과 사회구조의 문제가 된다.1. 돌봄에는 왜 ‘정확한 시간’이 잘 맞지 않는가산업사회에서 시간은 가능..
제10장. 아이에게도 자기 시간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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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사회적 병리/29. 교육·세대·사회화
좋습니다. 이제 제10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이번 장은 앞선 제9장과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제9장에서 장애인의 시간, 특히 Crip Time을 통해 “정상적인 속도”라는 개념을 흔들었다면, 제10장에서는 그 질문을 모든 아이의 성장과 교육으로 확장합니다.핵심은 단순한 ‘느린 교육’의 찬양이 아닙니다.아이의 성장에는 정말 하나의 정상적인 속도가 존재하는가?그리고 더 근본적으로,교육은 아이를 사회의 시간표에 맞추는 일인가, 아니면 아이가 자신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인가?제10장. 아이에게도 자기 시간이 있는가― 교육·발달·느린 교육어른들은 아이에게 자주 이렇게 말합니다.“빨리 해.”“너는 왜 이렇게 느려?”“다른 아이들은 벌써 하는데.”“이제는 이것 정도는 해야지.”아이에게는 아직 시간이 ..
제9장. 장애인은 왜 ‘느린 사람’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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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회와 권력/15. 계급·불평등·배제
좋습니다. 이제 제9장으로 들어가겠습니다.이번 장은 이 시리즈에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앞의 장들이 ‘느림’을 사회적 시간의 문제로 추적했다면, 여기서는 장애인의 몸이 어떻게 사회의 시간표와 충돌하는지를 살펴봅니다.특히 이번 장에서는 단순히 “장애인은 시간이 더 걸린다”는 수준을 넘어서, Crip Time이 오히려 기존의 정상적인 시간 개념 자체를 질문하게 만든다는 점을 중심에 놓겠습니다.제9장. 장애인은 왜 ‘느린 사람’이 되었는가― 장애학과 Crip Time197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 150명의 장애인 권리운동가들이 연방정부 건물을 점거했습니다.이들은 1973년 제정된 재활법의 Section 504 규정을 실제로 시행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점거는 무려 25일 동안 이어졌습..
제8장. 늦은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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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회와 권력/15. 계급·불평등·배제
좋습니다. 이제 제7장에서 발견한 “늦음”의 문제를 그대로 이어가겠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특히 중요한 전환이 일어납니다.제7장에서는 사회가 시간표를 만들었다면, 제8장에서는 그 시간표에서 벗어난 인간에게 어떻게 ‘실패’라는 이름이 붙는가를 살펴봅니다.제8장. 늦은 사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실패·지연·탈락·비동시성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그 사람은 인생이 늦었다.”그런데 이 문장은 이상합니다.인생에는 원래 정해진 도착 시간이 있는가?누군가 25세에 취업하고, 다른 누군가 35세에 취업했다면 우리는 후자를 ‘늦었다’고 말합니다.그런데 35세라는 숫자 자체에는 늦음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늦음’은 비교를 통해 만들어집니다.그리고 그 비교의 기준에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시간표가 들어 있습니다.따라서 이..
제7장. 사회적 시계가 인간을 평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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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사회적 병리/29. 교육·세대·사회화
좋습니다. 이제 고정해 둔 흐름에 따라 제7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제7장. 사회적 시계가 인간을 평가하다― 나이·학력·취업·결혼·출산의 시간표제6장에서 우리는 하르트무트 로자의 사회적 가속을 살펴보았습니다.현대사회는 점점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아주 중요한 문제가 나타납니다.사회는 단지 인간에게 빨리 살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사회는 인간에게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가”까지 요구합니다.학교는 언제 졸업해야 하는가.취업은 몇 살까지 해야 하는가.승진은 언제 해야 하는가.결혼은 언제 해야 하는가.아이를 낳는 것은 언제가 적절한가.집은 언제 마련해야 하는가.그리고 그 시간표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늦었다.”그런데 질문을 바꾸어야 합니다.누가 그 사람에게..
제6장 근대성은 왜 계속 빨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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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문명과 기술/16. 기술과 산업
좋습니다. 이제 이 시리즈의 속도에 관한 핵심 이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앞의 제5장에서 우리는 인간에게 여러 시간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근대사회는 이 다양한 시간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속도를 높입니다.여기서 아주 중요한 역설이 생깁니다.기술이 시간을 절약해주면 인간은 더 여유로워질 것 같았다.그런데 실제로는 절약된 시간만큼 더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이 역설을 가장 체계적으로 설명한 사람이 하르트무트 로자입니다.이번 장은 이후의 ‘사회적 시계 → 늦은 인간 → 시간 불평등 → AI → 시간의 민주주의’를 연결하는 중심축이 될 것입니다.『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6장 근대성은 왜 계속 빨라지는가― 하르트무트 로자의 ‘사회적 가속’사진 해설: 근대의 철..
제5장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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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간과 존재/2. 의식과 인지
좋습니다. 이제 제5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이번 장은 앞의 네 장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장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계시간 → 노동시간 → 사회적 시간 → 개인의 경험시간으로 이동했습니다.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의 삶에는 애초부터 여러 종류의 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겠습니다.이번 장에서는 특히 베르그송 → 엘리아스 → 바버라 애덤을 연결하고, 마지막에는 이 논의가 왜 ‘느린 인간’의 문제를 넘어 시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의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5장 시간은 하나가 아니다― 베르그송에서 바버라 애덤까지, 인간의 복수의 시간사진 해설: 베르그송은 시간을 인간 의식의 살아 있는 흐름인 ‘지속’으로 분석했고, 엘리아스..
제4장 인간의 시간은 사회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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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사회와 권력/13. 법·제도·관료제
좋습니다. 이제 시리즈의 핵심적인 전환점으로 들어가겠습니다.앞의 세 장에서 우리는 시간이 어떻게 측정되고, 노동과 결합하고, 규율의 장치가 되었는가를 추적했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들어가야 합니다.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시간’이라고 부른 것이 사실은 서로 다른 여러 시간을 하나로 묶어 부른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이번 장에서는 베르그송의 ‘지속’, 짐멜의 근대적 시간감각, 엘리아스의 사회적 시간, 바버라 애덤의 복수의 시간을 연결하겠습니다.『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4장 인간의 시간은 사회가 만든다― 베르그송·짐멜·엘리아스, 그리고 ‘하나의 시간’이라는 착각사진 해설: 왼쪽부터 앙리 베르그송, 게오르크 짐멜,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세 사람은 서로 다른 학문적 문제를 다루었지만,..
제3장 시계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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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문명과 기술/16. 기술과 산업
좋습니다. 이번 장부터는 영화 관련 이미지 사이트는 사용하지 않고, 역사적 사료·박물관·대학·공공기관·Wikimedia Commons 계열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출처를 우선하겠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특히 공장 시계, 출퇴근 기록기, 노동시간표 같은 역사 자료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3장 시계가 인간을 지배하기 시작하다― E. P. 톰슨과 시간 규율이미지 해설: 19세기 공장과 노동시간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시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노동자의 하루가 정확한 시작·종료 시각과 종소리, 출퇴근 기록, 휴식시간으로 세분화되었다는 점이다. 실제 1853년 미국 로웰 방직공장의 시간표에는 계절별 작업 시작·종료 시각과 식사시간, 종을 울리는 시간이 구체적으로 ..
제2장 인간은 언제부터 빨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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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문명과 기술/16. 기술과 산업
『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2장 인간은 언제부터 빨라졌는가― 시계 이전의 인간, 시계 이후의 인간사진 해설: 중세의 기계식 시계와 산업사회 공장의 출퇴근 시계는 전혀 다른 시대의 물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다. 인간의 시간을 자연의 변화와 작업의 리듬에서 분리하여 측정하고 동기화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1) ‘시간’은 언제부터 인간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되었는가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시계를 봅니다.아침에 일어날 때도,약속을 잡을 때도,출근할 때도,수업을 시작할 때도,퇴근할 때도,잠을 잘 때도 시계를 봅니다.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말합니다.“시간이 없다.”그런데 아주 이상한 말입니다.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뜻이기..
제1장. 느린 인간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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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인간과 존재/1. 자아와 정체성
『느린 인간』속도의 문명에서 시간의 민주주의로제1장. 느린 인간의 발견― “속도가 다를 뿐이지 잘못된 게 아니다”사진 해설: 2026년 9월 9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은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 핸드볼 리그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오규익 감독이 연출했고 러닝타임은 88분이다. (iMBC 연예)1. 영화에서 하나의 문장이 튀어나오다어떤 영화는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한 문장이 남습니다.을 본 한 관객이 남긴 다음 말이 그렇습니다.“속도가 다를 뿐이지 잘못된 게 아니고 다 각자의 속도로 잘 살아갈 수 있다.”처음 이 문장을 읽으면 장애인을 바라보는 따뜻한 말처럼 보입니다.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핸드볼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경기와 훈련을 거치며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영화이기 때문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