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의 심리: 타인의 신뢰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가

2026. 11. 1. 00:17·A. 인간과 존재/5. 관계와 타자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의 심리: 타인의 신뢰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가

배신을 한 번 저지른 사람과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은 다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순간적인 욕심이나 두려움, 잘못된 판단 때문에 타인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그러나 잘못을 깨닫고도 같은 행동을 되풀이한다면 문제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선다.

그렇다면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은 타인의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일까?

이 질문에는 하나의 답만 존재하지 않는다.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욕구를 우선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사람도 있으며, 배신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이나 관계 상실의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반복적 배신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공감 능력, 도덕적 판단, 자기이익, 책임 회피, 권력관계, 행동의 반복이라는 여러 층위를 구분해야 한다.

Ⅰ. 먼저 구분해야 할 세 가지 능력

1.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첫 번째는 상대방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믿고 있다는 사실, 그 믿음이 깨졌을 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심리학에서는 타인의 관점과 심리 상태를 추론하는 능력을 인지적 공감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다만 타인의 마음을 정확히 추론하는 능력과 그 사람의 고통에 정서적으로 반응하는 능력은 동일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이 왜 상처받는지 잘 이해하지만 그 고통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상대방의 고통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으로 반복적인 배신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2. 타인의 고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

두 번째는 상대방의 고통을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도덕적 이유로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그 행동을 멈추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상대방이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이 얻을 이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해의 부족이 아니라 가치의 우선순위다. 상대방의 고통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이익보다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것이다.

이 경우 문제는 단순한 공감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타인을 대하는 도덕적 태도와 행동을 통제하는 기준에 있다.

3. 자신의 욕구를 제한하는 능력

세 번째는 당장의 이익이나 욕구를 추구하고 싶더라도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능력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익을 얻고 싶어 하고 불이익을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구를 무조건 실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지키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약속을 지키는 것, 거짓말을 하면 이익을 얻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책임을 회피할 수 있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복적으로 배신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의 욕구를 제한하는 도덕적 자기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특정 상황에서 그 통제를 의도적으로 무력화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세 가지 능력은 서로 다르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그 고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자신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Ⅱ. 첫 번째 유형: 타인의 신뢰가 가진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1. 신뢰를 관계의 책임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타인이 자신을 믿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책임을 부여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상대방이 비밀을 맡겼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 정보가 악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와 취약성을 함께 맡겼다는 뜻이다. 돈을 빌려주었다는 것은 돈을 전달한 것만이 아니라 상환 약속과 상호 신뢰를 전제로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관계를 이러한 상호적 책임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신뢰를 쉽게 소비할 수 있다. 상대방이 믿어주면 편리한 일이고, 그 믿음에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가 반드시 악의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상호성과 책임을 충분히 배우지 못했거나,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습관이 부족할 수도 있다.

2. 상대방의 고통을 추상적인 정보로 취급한다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 사실이 자신의 행동을 바꿀 만큼 중요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신의 거짓말 때문에 친구가 오랫동안 괴로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그 고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거나 자신의 책임과 연결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고통은 행동을 멈추게 하는 도덕적 신호가 아니라 자신이 감수해야 할 부수적인 결과로 취급된다.

다만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특정한 성격장애나 정신질환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복적 배신이라는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임상적 특성을 확정할 수는 없다.

3. 이해의 부족은 책임을 없애는가

타인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설명과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서로 다르다.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기회가 있었는지, 피해를 지적받은 뒤 어떻게 반응했는지, 같은 행동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여러 차례 고통과 피해를 설명했는데도 행동이 반복된다면,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이후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근거가 커진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은 다르다. 이 차이는 반복적 배신을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하다.

Ⅲ. 두 번째 유형: 타인의 신뢰를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

1. 상대방의 고통보다 자신의 이익을 앞세운다

두 번째 유형은 질문의 핵심에 가장 직접적으로 해당한다. 타인이 자신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신뢰를 위반하면 상대방이 상처받는다는 사실도 알지만, 자신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판단하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상대방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이나 지위, 편의, 책임 회피를 위해 거짓말할 수 있다.

이때 배신은 이해의 실패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선택이다. 상대방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이 충돌했을 때 자신의 이익을 반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자기이익 추구가 배신은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지키거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정당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과 맺은 약속이나 정당한 의무를 침해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우선하는 경우다.

2. 신뢰를 지켜야 할 가치가 아니라 활용할 자원으로 본다

신뢰는 협력과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는 사람은 신뢰를 상호적인 약속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취급할 수 있다.

상대방이 자신을 믿을수록 감시가 약해질 수 있다. 믿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며, 더 큰 희생을 감수할 수 있다. 신뢰를 악용하는 사람은 바로 이러한 취약성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관계에서는 신뢰가 깊어질수록 오히려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피해자는 상대방을 더 믿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맡기지만, 상대방은 그 신뢰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복적 배신을 이해할 때는 그 사람이 신뢰를 이해하는지뿐 아니라 신뢰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도 살펴야 한다.

3. 이익이 크고 책임이 작을수록 배신의 유혹은 커질 수 있다

사람이 항상 냉정하게 손익을 계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행동의 결과와 보상 구조는 반복적 배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배신으로 얻는 이익이 크고 들킬 가능성이 낮으며,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작다면 부정직한 행동을 계속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행동의 결과가 명확히 드러나고, 피해가 구체적으로 전달되며,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고, 정직한 행동이 보상받는 환경에서는 부정직한 행동을 지속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2025년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는 여섯 차례의 실험을 통해 부정직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지속적인 부정행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고했다. 연구진은 자기이익을 위한 행동을 분명히 인식하게 하는 조건이 부정행위의 연속적인 확대를 억제할 수 있으며, 점진적인 일탈과 자기합리화가 반복적 부정직을 촉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모든 배신이 의식적인 손익 계산으로 발생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반복적 부정행위가 개인의 성향만이 아니라 보상과 책임의 구조, 행동을 정당화하는 심리적 과정과도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Ⅳ. 세 번째 유형: 자신의 배신을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사람

1.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을 어느 정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이러한 자기 이미지와 충돌할 수 있다.

이 충돌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행동을 바꾸는 것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방법도 있다. 자신의 행동을 잘못이 아닌 것처럼 재해석하는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었다. 상대방도 나에게 잘못했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 그 정도 피해는 별것 아니다. 내가 얻은 이익은 정당한 보상이었다.

이러한 설명은 자신의 도덕적 자기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피해를 인정하고 행동을 바꿀 기회를 차단할 수 있다.

2. 도덕적 이탈은 잘못과 양심 사이의 연결을 약화한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는 사람들이 자신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서도 죄책감이나 자기비난을 줄일 수 있는 인지적 과정을 설명했다. 이를 도덕적 이탈이라고 한다.

도덕적 이탈은 자신의 행동을 더 높은 목적을 위한 것으로 포장하거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거나, 피해를 축소하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는 대신 상대방이 속을 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책임의 방향이 뒤집힌다. 거짓말을 한 사람의 선택이 문제가 아니라 속은 사람의 판단이 문제인 것처럼 바뀌는 것이다.

2011년 발표된 부정행위와 도덕적 이탈에 관한 연구는 자신의 부정직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과정이 이후의 부정직한 행동과 도덕 규칙에 대한 선택적 망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고했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법칙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3. 반복될수록 잘못이 평범한 일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잘못이라고 느꼈던 행동도 반복되면 심리적 저항이 약해질 수 있다.

처음에는 한 번만 거짓말하려고 했지만, 이후에는 이전의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을 한다. 처음에는 작은 책임을 회피했지만, 이후에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더 큰 피해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점점 더 쉽게 정당화할 수 있다. 처음의 일탈이 이후 행동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이러한 반복은 배신을 정당화하는 면허가 아니다. 오히려 잘못을 초기에 인정하고 중단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Ⅴ. 네 번째 유형: 배신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사람

1. 피해자를 가해의 원인처럼 묘사한다

반복적으로 배신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을 강조할 수 있다.

네가 나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가 나를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네가 먼저 나를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상대방에게 실제로 잘못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방의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배신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갈등의 원인을 함께 살펴보는 것과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것은 다르다.

2. 사과를 요구받으면 피해자의 반응을 문제 삼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저지른 행동보다 상대방의 분노와 항의를 더 큰 문제로 취급한다.

왜 아직도 그 일을 이야기하느냐,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 이미 사과했는데 왜 용서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실제 피해가 무엇이었는지, 신뢰를 회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차단할 수 있다.

사과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피해가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즉시 용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해자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3.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의 행동을 수정할 기회가 생긴다. 반대로 잘못을 부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행동을 바꿔야 할 이유가 약해진다.

따라서 반복적 배신을 판단할 때는 사건의 횟수뿐 아니라 사건 이후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피해를 인정하는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가? 재발 방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하는가? 아니면 비난의 방향만 바꾸는가?

반복되는 행동과 반복되는 책임 회피가 함께 나타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라는 설명만으로 충분히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이다.

Ⅵ. 다섯 번째 유형: 권력관계 때문에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

1. 상대방이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반복적 배신은 당사자의 심리뿐 아니라 관계의 권력구조와도 관련될 수 있다.

상대방이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거나, 가족관계 때문에 관계를 끊기 어렵거나, 직장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기 어렵거나, 정치적·사회적 소속을 잃을까 두려워한다면 배신한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덜 느낄 수 있다.

물론 모든 권력 불균형이 배신을 낳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방이 관계를 떠나기 어렵다는 사실이 반복적인 책임 회피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될 수는 있다.

2. 신뢰를 주는 사람에게만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

어떤 사람은 모든 관계에서 똑같이 행동하지 않는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 앞에서는 신중하게 행동하면서, 자신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약속을 가볍게 여길 수 있다.

이러한 차이가 관찰된다면 그 사람에게 책임을 지는 능력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보다, 책임을 언제 누구에게 적용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에게 불이익이 생길 때는 행동을 통제하면서 상대방에게 피해가 발생할 때는 통제를 포기한다면, 문제는 단순한 능력 부족보다 선택적인 책임 의식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

3. 개인의 성격과 환경의 보상을 함께 보아야 한다

배신의 반복을 개인의 성격 하나로 설명하면 중요한 조건을 놓칠 수 있다.

조직이 실적만을 보상하고 정직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면 구성원은 부정직한 행동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권력자가 자신의 편을 보호하고 비판자를 처벌한다면 주변 사람들은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침묵할 유인을 갖게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배신이 개인의 행동을 넘어 조직의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 배신을 줄이려면 개인에게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게 만들고, 피해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를 보장하며, 정직한 행동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Ⅶ. 반복적 배신을 구별하는 핵심 기준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의 내면을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성격이나 의도를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관찰할 수 있는 행동과 그 이후의 반응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1. 피해를 설명했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상대방의 피해를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구체적으로 설명을 들은 뒤 태도가 달라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명을 듣고 자신의 행동을 재검토하는 사람과, 설명을 들을 때마다 피해를 축소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사람은 구별해야 한다.

2. 말과 행동이 실제로 달라지는가

반복적 배신에서 사과의 횟수보다 중요한 것은 행동의 변화다.

사과한 뒤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지, 약속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는지, 자신의 행동을 확인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높이는지 살펴야 한다.

말로는 반성한다고 하면서 행동은 그대로라면, 반성의 진정성을 판단할 충분한 근거가 부족하다.

3. 자신에게 손해가 생겨도 원칙을 지키는가

도덕적 태도는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손해를 보거나 비판받을 위험이 있을 때도 사실을 인정하고 약속을 지키는가? 자신의 이익이 걸려 있을 때도 상대방의 권리를 존중하는가?

이런 상황에서의 행동은 그 사람이 실제로 어떤 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몇 가지 행동만으로 사람의 내면 전체를 확정할 수는 없다.

4. 같은 행동이 반복되는 구조가 존재하는가

반복적 배신은 사건을 하나씩 따로 살펴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항상 비슷한 방식으로 신뢰를 얻는가? 이익이 생기면 약속을 바꾸는가?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가? 사과한 뒤에도 피해를 회복하지 않는가?

서로 다른 사건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면 개별적인 우연이나 실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이때는 행동의 패턴과 책임 회피의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Ⅷ.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은 변할 수 있는가

1. 변화는 자신의 행동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반복적 배신을 멈추려면 먼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이 상처받았다는 사실만 인정하는 것과 자신이 어떤 선택으로 그 피해를 만들었는지 인정하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피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말에 머물 수 있지만, 후자는 자신의 선택과 책임을 직접 마주하는 일이다.

2. 자기합리화를 멈추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습관이 강하면 잘못을 인정하더라도 곧바로 예외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특별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하고, 상대방도 잘못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얻은 이익은 정당했다고 반복해서 말할 수 있다.

변화는 모든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습관을 줄이고, 불리한 사실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3. 반복을 막는 행동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마음속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거짓말을 하게 되는 상황을 파악하고, 중요한 약속을 기록하며,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이를 공개하고, 피해가 발생하면 즉시 알리고 회복 조치를 취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 규칙이 필요하다.

반복적 배신이 깊이 자리 잡았거나 관계에 심각한 피해를 일으킨 경우에는 전문적인 상담이나 조직 차원의 개입이 도움이 될 수 있다.

4. 변화의 증거는 피해자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진정한 변화는 상대방에게 빨리 용서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자신이 잘못을 인정했다고 해서 피해자가 즉시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신뢰를 훼손한 사람은 상대방이 다시 판단할 시간과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

변화의 중요한 증거는 상대방의 경계를 받아들이고,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강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속적으로 감당하는 태도다.

Ⅸ. 다섯 가지 결론

첫째,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는 다르다.

상대방이 상처받는다는 사실을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 있다. 따라서 반복적 배신을 모두 공감 능력의 부족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둘째, 반복적 배신에는 자기이익과 도덕적 자기통제의 문제가 작용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관계의 의무를 침해하고, 그 행동을 제한할 도덕적 기준을 약화시키면 배신이 반복될 수 있다.

셋째, 자기합리화는 배신을 반복하게 만드는 심리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면 죄책감과 책임 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 그 결과 행동을 수정할 기회도 줄어든다.

넷째, 반복적 배신은 개인의 성향뿐 아니라 권력과 보상의 구조에서도 강화될 수 있다.

책임을 회피해도 불이익이 없고 상대방이 관계를 떠나기 어렵다면 배신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개인의 태도와 환경의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다섯째, 사람의 내면을 추측하는 것보다 반복되는 행동과 책임의 태도를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방이 타인의 신뢰를 이해하지 못하는지, 이해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지 언제나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피해를 설명한 뒤에도 행동이 반복되는지, 책임을 인정하는지, 실제로 변화하는지는 관찰할 수 있다.

Ⅹ. 확장 질문

1. 타인의 고통을 정확히 이해하면서도 반복적으로 해를 끼치는 사람에게는 어떤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2.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행동을 바꾸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3. 반복적 배신은 개인의 성격에서 비롯되는가, 아니면 배신해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학습되는가?

4. 배신한 사람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판단할 때 사과, 피해 회복, 행동 변화 중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하는가?

5. 정치인이나 조직이 반복적으로 시민의 신뢰를 훼손하면서도 지지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도덕성 문제인가, 집단 심리의 문제인가, 제도적 책임의 문제인가?

참고자료

Reeck, C. & Ariely, D. (2025). “Dishonest behavior can transition to continuous ethical transgressions.” Scientific Report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10097-9

Shu, L. L., Gino, F. & Bazerman, M. H. (2011). “Dishonest Deed, Clear Conscience: When Cheating Leads to Moral Disengagement and Motivated Forgetting.”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177/0146167211398138

Detert, J. R., Treviño, L. K. & Sweitzer, V. L. (2008). “Moral disengagement in ethical decision making: A study of antecedents and outcome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https://pubmed.ncbi.nlm.nih.gov/18361639/

Chan, M. E. (2009). “Why did You Hurt Me? Victim's Interpersonal Betrayal Attribution and Trust Implications.” Review of General Psychology.

https://journals.sagepub.com/doi/10.1037/a0017138

Moore, C. (2015). “Moral Disengagement.”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2352250X15002122

핵심 키워드

반복적 배신, 인지적 공감, 정서적 공감, 자기이익, 도덕적 자기통제, 도덕적 이탈, 자기합리화, 책임 전가, 피해자 비난, 신뢰의 도구화, 권력 불균형, 보상 구조, 부정직의 반복, 책임 인정, 행동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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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비판적 사고와 판단 (273) N
        • 8. 해석과 의미 (486)
        • 9. 언어·담론·문장 (258)
        • 10. 자기서사와 삶 (179)
      • C. 사회와 권력 (1465) N
        • 11. 민주주의와 공화국 (245) N
        • 12. 정치권력과 국가 (558) N
        • 13. 법·제도·관료제 (262) N
        • 14. 자본·경제·노동 (276)
        • 15. 계급·불평등·배제 (124)
      • D. 문명과 기술 (897) N
        • 16. 기술과 산업 (180)
        • 17. AI·알고리즘 (224)
        • 18. 도시·공간·인프라 (152)
        • 19. 소비·생활양식 (258) N
        • 20. 에너지·환경·생태 (83)
      • E. 문화와 장르 (1561) N
        • 21. 문학과 서사 (304) N
        • 22. 영화와 영상 (727)
        • 23. 음악과 소리 (121)
        • 24. 회화·사진·미술 (102)
        • 25. 대중문화·장르 (307)
      • F. 사회적 병리 (1488) N
        • 26. 혐오·극우·배제 (397)
        • 27. 선동·밈·프로파 (278)
        • 28. 미디어·언론·정보 (312) N
        • 29. 교육·세대·사회화 (406)
        • 30. 환경·기후·생태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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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샘
배신을 반복하는 사람의 심리: 타인의 신뢰를 이해하지 못하는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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