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진보하고 있는가?

역사는 진보하고 있는가?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류는 자신들이 한발한발 나아지고 있다고 확신하는가? 그저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건 아닌가? 진보에 대한 믿음은 과거 혹은 현재에 대한 미화 아닌가?

 

 

⊹ 질문 요약

• "역사는 진보하는가?"
•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인류는 진보를 확신하는가, 아니면 반복하고 있는가?"
• "진보에 대한 믿음은 과거·현재에 대한 미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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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분해

1. 진보란 무엇인가?
   • ‘시간 속의 나아감’인가, ‘가치의 상승’인가, 아니면 ‘기술과 제도의 고도화’인가?
   • 진보 개념에는 윤리적 가치 판단이 포함되는가?
2. 역사는 진보하는가?
   • 기술·지식·제도적 측면에서의 선형적 발전인가?
   • 아니면 정동, 감정, 폭력, 억압의 구조적 반복인가?
3. 진보에 대한 믿음은
   • 자기 위안인가?
   • 역사적 서사의 장치인가?
   • 과거의 고통을 현재화하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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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답

Ⅰ. 인식론적 결론: “진보”는 명제가 아니라 믿음의 형식이다.

‘역사는 진보한다’는 말은 **기술적 기술(記述)**이 아니라 정치적 선언이다. 역사는 그 자체로 방향성을 가지지 않으며, 그 방향성은 인간이 선택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진보’는 존재의 변화를 가치의 상승으로 해석하려는 마음의 습관이다. 그것은 미래를 견디기 위한 내면적 기술이다.

예: 계몽주의는 인간 이성과 과학을 통해 세계가 ‘점점 나아질 것’이라 보았지만, 20세기의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이 믿음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기술 진보는 계속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은 여전히 ‘진보의 환상’을 유지한다.

즉, 진보란 기술이 아닌 감정의 구조물이다.

Ⅱ. 분석적 결론: 진보는 선형적 진화가 아니라, 반복과 변주의 무늬 속에서 탄생한다.

•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은 순환적 시간 인식을 드러내며, ‘진보한다’는 말은 선형적 시간 인식에 기반한다.
• 실제로 인류는 폭력의 양상을 바꾸고, 억압의 주체를 교체하며, 감정의 억압 방식을 정교화해왔다.
• 즉, 같은 감정 구조가 다른 외양으로 반복될 뿐이다. 자유, 정의, 평등이라는 이름도 시대마다 다른 억압 장치로 쓰여 왔다.

진보란 같은 억압이 더 세련된 언어를 입는 것이다.
반복되는 것은 구조이며, 변하는 것은 포장이다.

Ⅲ. 서사적 결론: 진보에 대한 믿음은 서사적 도약을 위한 장치이다.

인류는 자신의 고통과 모순을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로 견딘다. ‘우리는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 없이는 과거의 상처나 현재의 불의를 정당화할 수 없다. 진보의 개념은 시간에 대한 통제를 회복하려는 이야기 구조이다.

진보란 "우리는 잘못했지만, 더 이상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자기서사의 반복적 선언이다.
이는 하나의 서사적 구속 장치이기도 하며, 정치적 희망의 미학이기도 하다.

Ⅳ. 전략적 결론: 진보를 의심하되, 의미 있는 반복을 설계하라.

• 진보를 맹목적으로 믿는 순간, 현실의 모순과 폭력은 '발전 과정의 부작용'으로 치부된다.
• 반대로 진보를 전면 부정하면 역사적 책임과 행위의 의지를 잃는다.
• 전략은 이것이다:
  → 진보란 감정의 구조와 윤리의 무늬를 새롭게 반복하려는 실험이다.
  → 우리는 반복 속에서 작은 차이를 발생시키는 윤리적 존재일 수 있다.

Ⅴ. 윤리적 결론: 진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으로 살아야 한다.

진보란 믿음이 아니라 실천의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

• 고통의 재생산을 멈추는 작은 실천
• 반복되는 혐오에 균열을 내는 감정 감응
• 익숙한 제도를 낯설게 만들어보는 질문의 윤리

진보란 ‘무엇을 믿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반복하지 않으려 하는가’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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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침묵의 지문

진보를 묻는 질문은
사실상 상처의 기억을 어떻게 견디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진보를 말하는 순간, 그 말의 안쪽에는
반복되고 있는 고통이 아직 거기 있다.

그 고통이 다시 반복되지 않게 하려는 윤리,
그것이 우리가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진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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