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치유하면서 동시에 규격화하고 프로그래밍하는 이중 구조

좋습니다.
이번에는 인간 존재의 고통–회복–지배를 가로지르는 사물,
바로 **의약품(Pharmaceuticals)**을 선택하여 그 역사적 계보,
그리고 인간 신체와 사회·윤리의 변화를 함께 추적해보겠습니다.

💊 사물로서의 의약품: 고통을 다루는 기술의 계보

약은 신의 선물이며, 동시에 독(毒)의 형태로 존재

☞ 이 시기, ‘약과 독’은 구분되지 않음.
약은 자연-신-인간 사이의 미묘한 감응의 결과물.

약물은 단순한 치료제 이상으로, 도덕적 구원과 결부됨

이슬람 의학의 부흥: 아비센나(이븐 시나)의 『의학정전』
→ 약은 체액 균형 조절, 성질(온·습·건·냉)에 따른 분류
→ 약국(apothecary)의 기원 등장
유럽 중세 수도원 의학: 수도사들이 약초 재배 및 처방
→ 치료는 신의 자비를 실현하는 수단
중국 송~명대 본초학 발전: 이시진의 『본초강목』
→ 약물의 분류 체계, 약-음식 경계 흐려짐
조선 시대: 허준의 『동의보감』 등장
→ ‘약은 생명의 이치에 따름’
→ 치료는 자연-우주-몸의 질서 회복

☞ 약은 이 시기에도 단독으로 작동하지 않음.
항상 우주의 질서·신의 뜻·윤리적 덕과 연결됨.

인간은 자연에서 추출한 힘을 실험실 안에서 분리하기 시작

18~19세기: 최초의 화학 합성 약물 등장
→ 모르핀(1805), 아스피린(1897)
→ 고통을 조절하고, 노동력을 회복시키는 기술로 전환
약국 → 제약회사로 전환
→ 독일 바이엘(Bayer), 프랑스 사노피(Sanofi) 등
식민주의와 제약산업
→ 약은 제국의 지배 도구가 되기도 함 (예: 퀴닌의 말라리아 통제)
한반도 근대 (일제강점기):
→ 근대 약국 체계 유입
→ 민간약과 일본식 근대 약학의 혼종
→ 약은 국가 통제의 대상이 되며 식민지 생명 관리 장치화

☞ 근대 이후 약은 점점 인간 고통의 도구 → 신체 성능 최적화 장치로 변함.
자연과 신의 힘이 사라지고, 수치와 실험, 통제로 구성된 세계.

약은 더 이상 자연 물질이 아니다.
AI·게놈·정신·감정의 코드까지 관여하는 기술 구조로 확장됨

항우울제, ADHD 약물, 호르몬 치료제 등
→ 감정과 인지까지 조절하는 ‘심리-신체 복합 약물’
바이오 의약품, mRNA 백신, 유전자 치료제
→ 약은 생명 그 자체를 쓰기(write)하는 프로토콜
한반도 현대: 의약품은
→ 건강보험 시스템 + 제약사 마케팅 + 소비자 불안의 삼각 구조
→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한 사람들”
스마트 약, 디지털 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등장
→ 뇌파 기반 약물 반응 모니터링
→ 약은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자기조절을 유도하는 피드백 기계

☞ 약은 더 이상 ‘치유의 상징’만이 아니다.
사회 규범, 정상성, 생산성의 경계선 위에 선 통제 장치.

시기 약의 본질 인간 신체 이해 약의 사회적 기능

원하신다면 이 계보는

다음 사물 주제를 원하신다면 계속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