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샘 2025. 5. 30. 07:11

이제 디지털 트라우마에 이어, 그 연장선 혹은 병렬선상에 있는 **“전쟁과 트라우마”**로 사유를 확장해보겠습니다.
이 주제는 단지 역사적 상처를 되짚는 것이 아니라, 집단 기억, 무의식의 구조, 그리고 국가-주체 간의 병리적 관계를 드러냅니다.

🪖 전쟁과 트라우마

―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 돌아올 때, 국가의 무의식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 질문 요약

전쟁은 어떻게 트라우마를 낳는가? 이 트라우마는 개인과 집단의 무의식에 어떤 구조를 남기는가? 국가 서사는 이 상처를 어떻게 다루며, 어떤 병리적 반복을 일으키는가?

전쟁은 생명의 위협, 공동체의 붕괴, 윤리의 전도, 언어의 붕괴를 동반한다.
이 모든 파괴는 감각적·정서적·존재론적 레벨에서 트라우마를 형성한다.

집단은 개인처럼 ‘무의식’을 가지며,
그 무의식은 주로 기억의 억압, 기념의 왜곡, 서사의 반복으로 작동한다.

전쟁은 종종 승리의 서사로만 기록된다.
→ 희생, 학살, 모순은 배제되거나 미화된다.
→ 이로써 기억되지 못한 고통은 무의식의 형태로 돌아온다.
→ 예: 위안부 문제, 홀로코스트 부정, 베트남전 PTSD

국가는 트라우마를 치유하기보다
→ 종종 정당화하거나 미학화한다.
→ 상처는 기억될 수 없고, 기념될 뿐이다.
‘순교’, ‘영웅’, ‘희생양’의 내러티브는
→ 상처를 반복 가능하고 재생산 가능한 도구로 전환시킨다.
→ 이는 전쟁의 재정당화로 이어지는 무의식적 반복충동의 정치적 표출이다.

라캉은 “무의식은 반복한다”고 말한다.
전쟁 트라우마는 치유되지 않으면,
**다른 형태의 전쟁(내전, 혐오, 폭력적 법제도)**으로 재현된다.

전쟁 트라우마는 말해지지 않을 때 반복된다.
말하는 공간, 듣는 타자, 해석의 여백이 필요하다.

따라서, 트라우마의 치유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말해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공동의 침묵과 응답의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전쟁 트라우마는 단지 기억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와 존재의 분열이기도 하다.
그것은 ‘기억된 과거’가 아니라, 반복되는 현재이다.

국가는 상처를 서사화하고,
서사는 상처를 은폐하면서 반복을 가능하게 한다.
정신분석은 이 무의식적 반복의 구조를 해석하는 비판 장치가 된다.

‘전쟁은 끝났지만, 전쟁은 말해지지 않았다.’
말해지지 않은 전쟁은 또 다른 얼굴로 귀환한다.
이 귀환은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감정의 망령이다.

트라우마는 ‘기억의 정확성’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 말해지는 구조, 듣는 구조, 해석하는 공동체가 요구된다.
정신분석은 국가 서사의 음영에서
말해지지 않은 것들의 귀환을 해석하는 언어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상처를 소비하거나 박제하는 대신,
응답 가능한 존재로서의 자리를 복원해야 한다.
침묵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침묵이 말의 조건이 되도록 여백을 지키는 윤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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